기본원리 7: 경우에 따라 정부가 시장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 그렇게 위대하다면 정부가 왜 필요할까? 우리가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정부정책의 역할과 범위에 관해 보다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다.
보이지 않는 손은 정부가 법을 잘 집행하고, 시장경제의 기본이 되는 제도와 기구를 잘 유지할 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시장경제의 작동을 위해 개인이 자원을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재산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농부가 자기 수확물이 도둑질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농사를 지을 리 없다. 식당 주인은 고객이 식사 후 밥값을 낼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식사를 제공한다. 그리고 불법 복제를 통해 무료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진다면 영화회사는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이같이 우리는 정부가 법 집행을 통해서 우리가 생산하는 물건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정부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은 강력하지만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과 자원 배분 결과를 바꾸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효율성을 높이려는 경우와 형평성을 높이려는 경우다. 비유하면 대부분의 정책은 파이를 키우려는 목적이나 파이를 나누는 방식을 바꾸려는 목적이 있다.
먼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생각해보자. 보이지 않는 손은 대부분의 경우 시장이 경제적 파이를 극대화하도록 하지만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다. 경제학에서는 이와 같이 시장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를 시장실패라고 한다.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시장실패의 한 가지 이유는 외부효과다. 외부효과란 한 사람의 행위가 제삼자의 경제적 후생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환경오염은 외부효과의 고전적 사례이다. 어떤 물건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공기를 오염시켜 공장 주변의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시장의 자율 기능은 이러한 비용을 반영하지 못한다. 시장실패의 또 다른 이유는 시장지배력이다. 시장지배력이란 한 사람 또는 소수의 사람이 기업이 시장가격에 임의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마을에 우물이 하나밖에 없다고 하자. 이 우물을 소유한 사람은 물 공급에 대한 시장지배력이 있다. 이 경우는 독점력이라 볼 수 있다. 이 우물의 소유자는 보이지 않는 손이 개인의 이기심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인 경쟁에 노출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유자는 물 공급을 제한하여 물 가격을 올려서 이득을 취하려 할 것이다. 외부효과나 시장지배력이 있을 경우 적절한 정부정책을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제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자. 보이지 않는 손이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해도 사람들의 경제적 후생에 상당한 격차를 초래할 수 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구입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비례해서 사람들에게 보상을 받도록 하는 체제이다. 세계에서 농구를 제일 잘하는 선수가 세계에서 체스를 가장 잘 두는 선수보다 돈을 많이 버는 이유는, 사람들이 농구 경기를 보기 위해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에 체스게임을 보기 위해 지불하려는 금액보다 크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을 모든 사람이 좋은 음식과 좋은 옷, 충분한 의료혜택을 누리도록 보장하지는 못한다. 사람마다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와 같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개입의 중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소득세와 사회보장제도 같은 많은 공공정책이 바로 경제적 후생을 보다 공평하게 누리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 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말이 실제로 정부가 시장 성과를 항상 개선한다는 뜻이 아니다. 공공정책은 천사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정책은 매우 불와전한 정치적 과정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정책은 정치적으로 막강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지기도 하며, 의도는 좋지만 불완전한 정보를 지닌 지도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목적 중의 하나는 효율성이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지 올바르게 판단하려는 것에 있다.
◼︎ 애덤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미국의 독립선언서가 같은 해 1776년에 발표되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두 중요한 역사적 문서는 그 시대를 지배하던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즉 모든 개인은 정부의 권위적인 지도와 간섭보다는 각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겨질 때 자신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당시의 정치적 믿음이 시장경제 체제와 이후에 보다 자유로운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지적 근거가 되었다.
왜 분산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시장경제가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일까? 사람들이 서로 사랑과 친절로 대하기 때문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시장경제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에 대한 애덤 스미스의 설명을 살펴보자.
인간은 늘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남들의 호의에만 의존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남들의 이기심을 자신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고, 그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그들에게도 이롭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보다 유리한 입장에 설 것이다. 내가 원하는 그것을 여러분이 내게 주면 여러분이 원하는 이것을 여러분에게 주겠다는 것이 모든 거래의 의미이다.
이 방법을 통해 우리 모두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서 훨씬 더 많이 얻는다. 우리가 오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빵 굽는 사람들의 호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에 의존하는 것이며,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가 아니라 그들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말해야 한다. 걸인만이 동료 시민들의 호의에 의존하려 할 것이다.
개인은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킬 의도도 없고, 그가 얼마나 공익을 증진시키는지도 모른다. 개인은 자신의 사적 이익만 추구하고, 이 과정에서 그들이 의도하지 않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인도되고 있다. 그렇지만 개인이 그 목적을 달성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불리한 것은 아니다. 개인은 자신의 의도적으로 사회적 공익을 증진시키려고 하는 경우보다,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공익을 효과적으로 증진시키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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